TOPIC 13. 은행 간 외환시장의 형성 : 외환의 도매시장
오늘날의 금융기관은 자금보관, 지급결제, 대출과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은행업무 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및 파생 금융상품 매매, 자산관리, 투자신탁, 기업 인수합병 (M&A), 기업공개 등 자본 및 금융시장에 관련한 업무도 아우르는 종합금융투자기관으로의 성격을 갖지만, 은행 간 시장의 필요성을 고려하기 위하여 대고객시장에서 외환거래 당사자로서 은행의 기능에 한정하여 거래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 고객시장에서 시장조성자인 은행은 환율을 TWO WAY 방식으로 고시하여 양 방향 거래를 동시에 맺을 수 있다. TWO WAY 방식으로 고시된 환율에서 매도율은 매입율보다 항상 높다. 이는 은행이 외국통화를 낮은 가격에 매입하여 높은 가격으로 매도한다는 의미가 되며, 매도율과 매입율의 차이는 가격제시자(시장조성자)의 거래이익이 된다.
수출자가 수출대금을 외화로 수취하였을 때, 수출자는 영수한 외화를 자국통화로 환전하고자 할 것이다. 이 환전거래는 은행과 맺는데, 은행은 이 환전거래에서 수출자로부터 외화를 매입하는 외환거래당사자로 기능한다. 은행입장에서 외화를 매입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 매입율이며, 은행은 매도율과 함께 매입율을 매일 고시한다. 수출자는 아래의 그림에서 미화 1달러를 원화 1,230원과 교환 할 수 있다.
반면에, 수입자가 외화로 수입대금을 결제하고자 할 때, 수입자은 송금에 필요한 외화를 조달하여야 한다. 수입자에게 외화를 조달하는 것은 보유한 자국통화를 외국통화로 환전하는 것이고, 환전은 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송금할 외국통화를 상품처럼 인식하여 환전거래를 살펴보면, 은행은 수입자에게 외화를 매도하는 거래이고, 수입자는 은행으로부터 송금대상인 외화를 매입한다. 이 거래에 적용될 환율은 은행이 TWO WAY방식으로 고시한 환율 중 매도율이며, 매도율은 은행입장에서 외화를 매도하는 거래에 적용될 환율을 의미한다. 수입자는 은행으로부터 미화 1달러를 원화 1,250원에 매입하여야 한다.
위 은행이 수출자로부터 미화 1달러를 매입하여 매입한 미화 1달러를 수입자에게 곧바로 매도할 수 있다면, 은행은 두 거래를 통하여 매입율과 매도율의 차액만큼의 거래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금액이지만 방향이 반대인(은행입장에서 매입거래와 매도거래) 양방향의 거래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은행 간 시장의 필요성을 특수한 거래상황을 가정하여 설명해본다.
수출대금으로 미화 100만 달러를 수취한 수출기업이 영수한 미화 100만 달러를 모두 거래은행에 매도(SELL)하고자 한다. 은행은 당일 고시한 매입환율(은행 입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거래에 적용할 환율)로 환산한 원화금액을 이 수출기업에 지급하였다. 이 외환거래의 결과 은행은 미화 100만 달러의 외화표시 현금(CASH)를 보유한다.환율은 외국통화에 대한 가격으로서 시간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은행은 수출기업으로부터 미화 달러를 매입 보유한 시점부터 환율변동에 따른 외국통화의 가치변동성에 노출된다. 즉, 은행이 미화 1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 환율이 미화 1달러 당 100원 하락하였다면, 은행은 환율변동으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다. 물론 환율이 상승할 때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은행은 수출기업으로부터 매입 할 때, 환율의 변동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이 외화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은행은 환율변동에 따른 보유 외화의 가치변동 위험 또한 함께 감수하여야 한다. 만약, 은행이 수출기업으로부터 매입한 미국 달러화를 바로 매입환율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환율에 매도 할 수 있다면, 매도 시점에 은행은 거래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미국 달러화를 보유할 때 노출되는 환율변동의 위험도 함께 제거된다.
수입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은행(수입은행)을 상정하자. 어떤 수입기업이 수입대금 결제를 위하여 이 수입은행으로부터 미화 100만 달러를 매입하고자 한다. 그러나 수입은행은 현재 기업에게 매도할 미화 100만 달러의 외화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수입은행이 이 기업과 외환거래를 하려면 부족한 외화금액을 어디에서든 조달(매입)하여야 한다. 수입은행이 앞서 수출기업으로부터 미화 100만 달러를 매입하여 보유한 은행(수출은행)을 알고 있다면, 수입은행은 자신이 고객에게 제시한 매도환율보다 낮은 환율로 매입의사를 수출기업과 거래한 은행에 제시할 수 있다. 물론 수출은행은 수입은행이 제시한 환율이 수출기업으로부터 매입한 환율보다 높다면 그 거래에 응해 보유한 미화 100만 달러를 수입은행에 매도할 수 있다. 이로서 수입은행은 필요한 외화를 다른 은행과 외환거래를 통하여 조달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수출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매입하여 보유한 외화를 다른 은행에 매도하여 환위험을 제거하는 동시에 거래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다른 상황도 살펴본다. 은행이 고객과의 외환거래를 위하여 항상 일정금액의 외국통화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할 때, 그 은행이 특정 영업일에 고객과 맺은 외환거래의 결과에 따라 보유상태는 달라 질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은행이 100만 달러를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영업일의 종료시점 보유한 미화의 총액이 10만 달러 줄었다고 할 때, 이 은행은 당일 10만 달러의 상당의 외환거래만이 이뤄진 것 인가? 총액기준으로 미화 10만 달러가 줄었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은행의 실제 외환거래 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 이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미화 990만 달러를 매입하고, 다른 고객에게 미화 1,000만 달러를 매도하였다면, 보유한 미화의 총액은 10만 달러 줄었겠지만 거래금액은 그 이상이 된다. 어찌되었던 간에 이 은행은 해당영업일의 거래액에 관계없이 보유할 외화총액에 미화 10만 달러가 부족하다. 부족한 10만 달러를 추가적으로 조달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은행은 은행 간 시장에서 필요한 외화를 조달 할 수 있다.
이 처럼 기업이나 개인과 외환거래를 하는 은행은 고객과 외환거래(대고객 시장에서의 외환거래)의 결과에 따라 다른 은행과 외환거래를 맺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은행 간 외환이 거래되는 매커니즘을 은행 간 외환시장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은행 간 외환거래 시장(Interbank foreign exchange market)은 협의의 외환시장으로, 통상 보도자료에서 언급되는 외환시장은 은행 간 외환시장 중 현물환시장을 지칭한다. 현물환은 외환거래에서 거래일과 실제인수도일(결제일)이 비교적 단기간인 외환거래를 지칭하며 이 시장에서 거래된 환율은 대고객거래에 적용될 환율의 기준이 되며, 이를 매매기준율이라고도 한다. 고객과 은행 간 외환거래를 대고객 시장이라고 할 때, 이 시장은 소매시장에 가깝다. 반면 은행 간 시장은 은행이 거래대상인 외환을 대고객 시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매시장으로 인식할 수 있다. 외환거래의 규모는 소매시장인 대고객 시장보다 은행 간 시장이 훨씬 크다.
대고객 시장에서 거래자로 참여하는 은행은 고객과의 외환거래결과 초과보유 한 외국통화를 은행 간 시장을 통해 처분할 수 있고, 부족한 외국통화를 조달 할 수 있다.